전시장에 서 있으면서 관람객들을 관찰하는 것은 나의 업무이자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.
이번 전시 《엔도스코페이아》에는 2층에 커다란 만화경 작업 두 점이 설치되었다.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그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. AI와 SNS로 가득한 시대라 해도, 어떤 아날로그의 매력은 기술의 정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. 작은 파편과 거울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, 결국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게 만든다.
그중 한 청년은 유난히 오랫동안 만화경을 들여다보았다. 그는 작품이 만들어내는 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, 사진으로 남기고, 영상으로 기록했다.
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. 오늘 그가 남긴 수많은 사진 가운데 몇 장은 언젠가 잊힐 것이다. 하지만 그중 단 한 장이라도 어느 날 문득 그의 사진첩 속에서 다시 발견되어, 이 전시를 떠올리게 한다면 좋겠다. 그리고 그 순간이 하나의 영감이 되거나, 혹은 조용한 추억으로 그의 일상에 다시 찾아간다면 더없이 좋겠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