근무일이 아니었지만 단체톡방의 내용을 미루어볼 때, 송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보였다. 콜렉터들, 학예사들, 후원사들, 언론사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눈치였다. ‘대상자가 발표되나보다’ 싶었다. 제24회 송은미술대상은 탁영준 작가에게 돌아갔다. 오디토리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눈을 끌었던 ‘월요일 날 첫눈에 똑떨어졌네(Love at First Stight on Monday)’이 심사단에게도 가장 좋은 작품으로 다가간 모양이다.
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었지만, 송은 미술 대상전의 영상은 훨씬 더 아름답고 신비로운 작품이었다. 베를린에서 인천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작품을 작가가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, 영상을 보는 순간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.
나는 한 때나마 디자인을 전공하고 가르쳤던 사람으로서 예술가, 그중에서도 미술가에 대한 가치를 높이 두는 편이다. 더 이산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메워진 미술 영역에서 그들은 늘 창작과 모방 사이의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 아닌가. 티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, 그 담 위를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용기와 끈끼가 필요하다.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러할 수도 있겠지먼, 예술은 확실히 더 가혹한 영역이다. 그런 점에서 탁영준은 인생과 작품 모두에서 놀라운 작가임에 분명하다.
컨템포러리 댄스 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인 이번 작품은 저명한 노르웨이 작가 라스 미팅의 로맨틱 소설 <The Bell in the Lake (2019)>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. 1880년의 노르웨이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중세 목조 교회의 자매종(Sister Bells)에 대한 전설과 국가의 광범위한 근대화 속에서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냈다. 이 소설에서 받은 영감으로 탁영준은 시공간을 초월한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가 구전되는 방식을 안무로 풀어내 영상에 담았다. 두 명의 10대 여성 댄서가 노르웨이의 Lom 목조 교회에서 ‘부모의 사랑 이야기’를 춤으로 표현하고, 녹화된 춤을 본 두 명의 남자 댄서가 변화를 준 안무를 개발하여 퇴역한 대형 제트기에서 춤을 춘다.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교회와 여객기 내부 공간이 이토록 서로 닮되 완전히 다른 구조임을 몰랐다. 아니, 이런 배경을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. 정말 대단한 감각과 근성이 아닐 수 없다. 두 공간을 오가는 카메라는 마치 두 춤이 서로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.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