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지갑을 만들기 시작한 건 8월이었다.
운 좋게도 아주 작은 악어 가죽 한 점을 구할 수 있었는데,
그게 정말 놀라울 만큼 좋은 가죽이었다.
너무 반짝이지 않는 반광이라, 지갑을 만들기에 딱 알맞은 느낌이었다.
카드 8장, 지폐 약간.
그걸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실용적인 크기로 설계했다.
여분의 가죽이 전혀 없어서 피할할 때 손끝이 긴장됐고,
내부에 쓴 렐마 크리스페(Relma Crispe)는
최대한 얇게 피할해서 전체 두께가 일정하게 맞춰지도록 했다.
악어 가죽은 기계로 다루기 어렵다.
요철이 깊어 조금만 삐끗해도 구멍이 나거나,
표면이 엉망이 되기 쉽다.
예전에 그걸 몰라서, 악어 한 마리를 통째로 버린 적이 있다.
지금 생각해도 아까운 내 악어…
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했다.
악어 꼬리 부분을 전부 사용했는데,
가죽이 겹치는 부분의 두께를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다.
칼날이 몇 번이나 무뎌졌는지 셀 수도 없을 만큼.
그래도 완성된 지갑을 손에 쥐는 순간,
그 모든 수고가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.
작고 단단하면서도 고요하게 빛나는,
손끝의 시간과 정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지갑.
그걸 만드는 동안의 시간은 느리지만,
그 느림 덕분에 이 작은 가죽이
조금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다.







